끌과 망치

                                        하인근

나무야 
수술대에 누운 나무야
어디가 아파서 몸살을 하니
숫돌 맛본 날선 끌이 무서워서 그래
아니면 뒷머리 무정하게 치는 망치가 두려워

끌 끝에 걸린 선線, 핏기 없이 눈을 흘기고
외줄 타듯 선을 야금야금 먹으며 가는 끌
천천히 간다고 말없이 때리는 힘없는 망치
아프다는 엄살보다 맞는 소리 맞춰 더 곧고 더 깊게  
짝 맞는 기쁨에 아픔도 잊고 노래를 한다 온몸으로 

대팻날 먹고 뽐내던 그 고운 몸에 새긴 상처들
네모난 구멍은 침묵하자며 네모 입맞춤을 내밀고
화난 얼굴은 웃으라며 나풀나풀 춤을 추는 나비장
속 터진 몸은 떨어지기 싫다며 뜨겁게 맞잡은 주먹장
달아오른 여린 속살을 말없이 달래며 나눈다 첫정을

나사못 맛에 익숙한 어린나무야
늙고 늙은 나무는
처음 맛 본 그 여린 붉은 입술에 취해
아직도 빈틈없이 야무지게 물고 있어
파고 팠던 그 날[刀]선 끌의 향기가 좋아서

―
우리 동네 목공소에는 퇴직한 군인이 목수가 되고, 목수는 시인이 되었다. 최고의 목수가 되기 위해 대패질로 리듬을 경쾌하게 탄다. 딸에게 줄 나비장, 주먹장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글: 김정조

운현궁에서 본 전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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