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의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신하는 ‘不事二君’(불사이군), 여인은 ‘一夫從事’(일부종사), 종교인은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신명기 6:5, 공동번역을 따름),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마르코 12:30).

한용운은 일제강점기에 굽히지 않는 민족적 정기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복종이라는 시에 담고 있다.

며칠 전 내가 아는 지인은 삶에 굴종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위로받고자 유준 작가의 전시회에서 이 그림을 샀다. 그녀는 수도자의 삶을 살 뻔하였고, 지금은 결혼한 자녀 둘과 안정적인 회사를 퇴직한 남편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 속 도포자락, 가사자락을 휘날리며 바쁘게 산사로 들어가는 스님처럼 그녀만의 노스텔지어 속으로 가고자 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쉬이 끊지도 못할 인연과 관계 속에 얽매여, 번민과 갈등으로 세월을 보낼 때가 종종 있다. 윤동주의 ｢자화상｣에도 이런 시귀가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 (중략)/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가 그대로 있습니다/ … (중략)’

자신만큼이나 연민이 느껴져서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옷자락 휘날리며 가을 은행나무의 노란빛 휘영청 환한 빛 받으며 거침없이 걷는 스님의 발걸음에서 해탈의 경지를 본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충성되고, 일관된 모습으로 목표를 이루려는 득도의 세계를 열어 같으면 한다.

―글: 유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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